오늘날, 우리는 AI 기술 덕분에 방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PLM(제품 수명 주기 관리)와 같은 전문적인 분야에서도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유용하지만, 텍스트 기반의 지식보다는 전문가의 경험이 중요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깊이가 부족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PLM과 PDM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PLM 시스템 도입을 고민하거나, PDM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PLM의 본질: 제품 생애 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핵심 시스템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은 단순히 기술이나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PLM은 제품의 구상 단계부터 설계, 생산, 판매, 폐기 또는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PLM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시작됩니다. 초기 컨셉을 설계하고, 개발 비용을 추산하며, 프로토타입과 시제품 제작을 거칩니다. 이후 임시 생산과 시장성 평가를 통해 제품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양산 및 판매로 이어지며, 판매 후에는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추적하고 해결하며,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핵심 기술을 재활용하거나 기존 제품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결국 PLM은 기업이 제품의 생애 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데이터와 협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문제를 예방하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시스템입니다.
PDM의 유래: 데이터 관리의 기초에서 협업의 기술로
PDM(Product Data Management)은 1980년대에 제품 설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유하기 위한 기술로 시작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설계 데이터, 부품 목록(BOM), 변경 이력 등 기술 데이터를 저장하고 검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 단순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데이터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반복 작업을 줄이며, 정보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개발되었습니다.
PDM의 개념은 제조업계에서 설계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필요성에서 탄생했습니다. 보잉(Boeing), 포드(Ford), GM(General Motors) 등과 같은 대형 제조업체들은 복잡한 제품 설계 데이터를 중앙에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했고, 이를 통해 설계 협업과 변경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초기 PDM 시스템은 주로 CAD(Computer-Aided Design)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3D CAD의 발전과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설계 데이터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PDM은 설계 데이터와 엔지니어링 변경 관리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중요한 기술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초기 시스템들은 데이터를 중앙화하고 협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며, 제조업체들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설계와 생산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 이후 PDM은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를 넘어서, 설계 데이터 관리의 핵심 기술로 발전했습니다.
PDM은 이제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의 중요한 기술적 백본 역할을 하며, 설계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부서 간 협업을 원활하게 하며, 제품 개발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PDM 없이는 PLM으로 확장할 수 없는 이유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은 제품의 구상 단계에서부터 폐기나 재활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합니다. 그러나 PLM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그 기반이 되는 PDM(Product Data Management)이 먼저 제대로 구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PDM이 부실하다면 PLM의 데이터 통합과 전사적 활용은 불가능합니다.
1. 데이터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보장
PDM은 설계 데이터, 부품 목록(BOM), 변경 이력 등을 관리하여 데이터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유지합니다. PDM이 없거나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데이터 중복과 누락, 불일치가 발생하며 이는 PLM에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됩니다.
2. PLM의 데이터 기반 제공
PDM은 설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본 구조를 제공합니다. PLM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 유지보수, 마케팅 등 조직 전체에서 활용 가능한 프로세스를 연결합니다. PDM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PLM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없이 작동해야 하며, 이는 전사적 관리를 어렵게 만듭니다.
3. 협업 환경 지원
PLM은 부서 간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를 위해 모든 팀이 동일한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며,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공유될 수 있어야 합니다. PDM이 없으면 데이터의 관리와 공유가 어렵고, 각 부서 간 데이터 불일치로 인해 협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4. 싱글 소스를 유지
PDM은 설계 단계에서 생성된 E-BOM(설계 BOM)을 단일 소스로 관리합니다. 이를 통해 제조와 생산 단계에서도 동일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으며, 데이터 불일치를 방지합니다. PDM이 없다면 PLM의 데이터 활용은 단절되고, 전사적인 데이터 확장은 어려워집니다.
PDM은 설계 데이터를 관리하고 전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며, PLM으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PLM을 도입하려는 기업이라면 먼저 PDM 시스템이 제대로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사례 예시: PDM이 구성되지 않은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으로 확장하려면 PDM(Product Data Management)이 제대로 구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PDM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기업은 다음과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현장에서 보고 들었던 주요 사례들과 그에 대한 해결 방법입니다.
1. 반복되는 스펙 변경과 설계 혼란
“우리 영업팀이 설계 중간에 스펙을 자주 변경해요. 저번에는 도면을 다 작성했는데, 스펙이 또 바뀌었다는 연락이 왔어요. 문제는 이미 현장에 도면이 나가버렸다는 거죠. 현장에서 작업을 멈춰야 했고, 재작업하느라 일정도 밀렸어요.”
예상 솔루션
이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설계 변경 요청과 승인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시스템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PDM 시스템을 사용하면 변경 사항이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공유되어 관련 부서가 최신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긴급 변경 사항에 대해서는 별도 프로세스를 마련해 리드타임을 단축하고, 현장에 배포되는 도면은 항상 최신 버전만 제공되도록 체계를 강화하면, 혼선과 재작업을 줄일 수 있습니다.
2. 변경 이력 관리 부족
“1년 전에 처리했던 변경 건이 문제가 됐는데, 왜 변경했는지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관련 자료를 찾으려고 몇 날 며칠을 보냈어요. 중요한 건 제대로 기록도 안 되어 있어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겁니다.”
예상 솔루션
이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설계 변경 이력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PDM 시스템을 통해 변경 사항이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쉽게 추적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야 합니다.
변경 이력을 명확하게 관리하고, 관련 부서 간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면,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3. 분산된 데이터와 비효율적인 관리
“예전에 개발한 모델 데이터를 찾으려 했는데, 각 부서에 자료가 다 흩어져 있었어요. 같은 데이터인데도 서로 다른 버전을 가지고 있고, 최종본이 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걸 정리하느라 작업이 지연됐죠.”
예상 솔루션
이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데이터를 중앙에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PDM 시스템을 도입하면 모든 부서가 최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고, 리비전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각 데이터는 작성자, 작성일, 기준 정보 등을 함께 기록하여, 출처와 변경 이력을 쉽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니크 넘버 규칙을 통해 중복된 데이터 등록을 방지하고, 설계 데이터와 관련된 정보를 기준으로 효율적으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데이터 혼란을 줄이고, 작업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4. 자재 소요 명세서(BOM) 작성의 어려움
“BOM을 작성하던 중에 담당자가 바뀌었는데,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됐어요. 작성이 계속 지연되면서 다른 부서와 충돌도 생기더라고요.”
예상 솔루션
이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3D CAD에서 설계된 어셈블리 구조를 PDM 시스템과 연동하여 E-BOM(설계 BOM)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CAD에서 작성된 설계 구조는 PDM에 저장되며, CAD와 PLM 간의 BOM 구조가 실시간으로 동기화됩니다. 이를 통해 설계 데이터의 불일치를 최소화하고, 담당자 변경 시에도 원활한 인수인계를 할 수 있습니다. 휴먼 에러를 줄이고, BOM 작성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5. 공용품 관리 실패
“공용 설계 모델이 다른 제품에도 사용되는데, 누가 사양을 바꿔서 품질 문제가 생겼어요. 이걸 찾고 고치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죠.”
예상 솔루션
이 문제를 방지하려면, PDM 시스템을 활용해 공용품 관리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변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에서 제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공용 설계 모델은 PDM 시스템에서 최초로 릴리스될 때 관리 프로세스를 거쳐 승인되며, 이후에는 개정이나 변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어됩니다. 만약 기존 설계 데이터를 공용품으로 전환하려면, PDM 시스템에서 번호 규칙을 적용해 중복 데이터를 방지하고, 기존 데이터와 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PDM부터 튼튼히, PLM으로 나아가기
위 사례들은 PDM 시스템이 없거나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을 때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실제적인 문제들을 잘 보여줍니다. 설계 데이터의 비효율적인 관리, 변경 이력 부재, 분산된 데이터로 인한 혼란, BOM 작성의 지연 등은 품질 문제와 작업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며, 결국 시간과 비용의 손실로 이어집니다.
10여 년 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가 알고 있던 PLM의 개념이 사실 그 방대한 영역 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PLM은 PDM이나 cPDM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이 도입하고 정착한 PLM 시스템은 Siemens, Dassault Systèmes 등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훨씬 더 폭넓고 고도화된 개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다뤄온 PLM은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PLM은 단순히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넘어, 조직의 프로세스와 협업을 지원하는 중요한 기간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먼저 튼튼한 기초가 되어주는 PDM의 정착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건설에서 기초가 잘못되면 구조가 흔들리듯,
PDM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PLM을 도입하는 것은 기초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물을 짓는 것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이 글이 PDM과 PLM 도입을 고민하는 분들께 유익한 정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계속 게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Siemens PLM 엔지니어로 10여 년 동안 일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제가 현장에서 쌓아온 것을 제대로 기록하거나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필요할 때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나 자료를 참고했지만, 정작 제 경험은 그 누구와도 나누지 않은 채 지나쳐 버렸습니다.
이런 반성을 바탕으로, 이제라도 제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공유할 필요성을 느껴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